감독-왕가위
주연-양조위, 장만옥
개봉-2000년 10 월 21 일
러닝타임-99분
‘화양연화’는 직역하면 ‘꽃 같던 시절’ 즉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의미한다고 한다. 19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왕가위감독의 ’ 화양연화‘는 리첸(장만옥)과 차우(양조위)의 가장 아름답던 시절, 즉 아름답고 애틋한 그들의 사랑을 우아하고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빚어낸 명작이다.
1. 사랑의 밀도와 아련함
주인공 차우(양조위)와 리첸(장만옥)은 각자의 배우자가 외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제약 속에서 피어날 수 없는 금지된 감정이다. 영화는 이들의 사랑을 밀도 있게 그려내지만,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더욱더 아프게 전달한다. 왕가위 감독은 대사를 최소화하고, 인물들의 시선, 몸짓, 공간의 배치를 통해 이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2. 영상미와 음악의 완벽한 조화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항상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유명하지만, ‘화양연화’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왕가위 감독은 촬영 감독 크리스토퍼 도일과 함께 홍콩의 복잡한 골목길과 좁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인물들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붉은 벽지, 어두운 조명, 그리고 정교하게 구성된 미장센은 영화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또한, 음악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쇼팽의 왈츠와 일본 작곡가 우메바야시 시게루의 'Yumeji's Theme'이 반복되면서 감정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Yumeji's Theme'은 영화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담아내며, 이 곡만으로도 영화의 분위기와 감정선이 전달될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3. 감상평
개인적으로 화양연화는 내 인생영화 중 하나이다. 이 영화는 나의 내면을 건드리고 깊은 여운을 준달까? 사실 더 격정적인 멜로도 있을 수 있고 더 절절한 스토리의 영화도 있을 수 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러브스토리인 화양연화가 더 강렬한 여운을 주는 건 왜일까?
그들의 사랑이 비록 이루어지지 못하지만 그들이 나눈 시선과 눈빛, 몸짓, 대화에서 충분히 그들의 감정이 전달되기 때문 아닐까? 장만옥의 어여쁜 자태, 양조위의 그윽한 눈빛과 표정, 그리고 아름다운 배경 등 이 영화가 갖는 시각적 아름다움이 쓸쓸한 멜로디와 함께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렬하게 아름다운 여운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왕가위 감독의 예술세계인 것 같다. 화양연화란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아름답고도 섬세한 예술의 정수인 것이다.